지난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회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BOK-KCCI)세미나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특별 대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만료 5개월을 남기고 환율과 집값 폭등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기야 통계기준까지 서둘러 바꾸는 꼼수를 쓰고 있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까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존 통화량 기준인 M2(총통화량)이 과다하게 표현돼, 환율폭등의 주범이 한국은행으로 지목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서 내년 1월부터 M2에서 수익증권을 제외시킨 새로운 통화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으로 M2는 올해 9월 기준 1년 전에 비해 8.5% 상승한 4430조5000억원에 이른다. 통화량 8.5% 상승은 국제 금융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4430조5000억원은 우리나라 GDP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의 M2가 미국 GDP의 90%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통화량이 뿌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이 내년부터 제외하기로 한 수익증권은 현재 M2 가운데 10.5%인 465조원이다. 이 수익증권은 1년 전 380조원에서 22.3% 증가해 M2 평균 증가율의 2배가량 된다.
한국은행은 M2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할 경우 M2 증가율은 8.5%에서 3%가 줄어든 5.5%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M2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는 이유로 IMF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는 측면이 강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IMF의 권고는 이미 2016년에 있었고, 미국, EU,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에 권고를 받아들여 M2에서 수익성증권 부분을 제외하고 있는데, 그동안 통화기준을 바꾸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바꾼 것을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통계조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즉 통계조작이란 욕을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IMF 권고를 핑계삼아 통계기준을 바꿨다는 의미다. 그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환율과 집값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다급함이 배어있다.
한은은 ‘2025년 11월 통화 및 유동성’부터 기존 M2와 함께 수익증권을 제외한 새로운 M2지표를 병행해 공개한다고 한다. 기존 방식은 상장지수펀드(ETF), 주식형·채권형 펀드 등 수익증권을 포함하지만 새 기준은 이를 제외한다. 수익증권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워 M2 수치가 실제 시중 유동성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명이다.
IMF는 지난 2000년 제정한 ‘통화금융통계매뉴얼(MFSM 2000)’ 및 2016년 개정판을 통해 수익증권 같은 실적배당 상품은 현금성 자산이라기 보다는 투자자산 성격이 강하므로 M2에서 제외시킬 것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한은은 이미 10년 전의 IMF 권고를 최근 권고인 양 서둘러 기준을 변경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수익증권을 M2에 포함시켰던 것은 상당수 국민들이 저축 수단으로 펀드(수익증권)를 예금처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펀드가 투자용 상품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에 통화기준을 벌써 바꿨어야 했다.
이창용 총재가 한은 총재에 취임한 2022년 4월 20일 이후 현재까지 3년 반이 넘어 임기 만료인 내년 4월 20일까지 불과 5개월여 남은 시점에 통화기준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여러 정황을 볼 때 다분히 통화량 증가에 따라 망가진 부동산시장과 환율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 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내년 정부 예산 역시 728조원이란 슈퍼예산에 따른 재정적자로 국채발행에 따른 통화량 증가 역시 부담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취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7배 이상 통화를 찍어내 원화값을 똥값으로 떨어트려 집값 폭등과 환율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는 문재인 정권 종료시점인 2022년 5월 10일의 딱 20일 전인 같은 해 4월 20일 취임했다. 보통 한은총재라는 막중한 자리는 대통령 임기 말에는 다음 정권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 관례인데, 문 전 대통령은 굳이 이 총재 지명을 강행했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X맨 역할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만약에 윤 정권이 비상계엄 사태로 중도 퇴장하지 않고 임기를 채웠을 경우 윤 정권은 집값과 환율 폭등의 한 가운데서 그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윤 정권의 중도 퇴진으로 그 책임은 새롭게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고스란히 안게 됐다.
IMF의 권고도 있고, M2가 당장 현금유동성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어 통계기준을 어느 시점에든 변경할 필요는 있지만, 환율과 집값이 폭등하는 시점에 책임 회피의 목적으로 보이는 기준 변경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랜 기간 전문가들이나 시장과의 교감 과정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 결론을 내려도 말이 많은데, 임기를 몇 달 앞두고 느닷없이 기준을 바꾸는 것을 두고 누가 정상적이고 순수하다고 평가를 하겠나.
옛말에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고,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이창용 총재는 이런 차원이 아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통계조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두를 딸 것이란 그리고 참외를 훔치는 것을 의심받을 것을 알면서 갓끈을 고치고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참으로 위험한 인물이고 염치없는 판단이다.
이기영, 편집국장